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장하준 교수가 지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영문제목: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책의 4번째 장 제목입니다.

이 책은 Nature 지가 선정한 2011년 여름 휴가 추천 도서 목록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해당 부분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최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통신 기술 혁명은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궈 놓았다. 통신 기술 혁명은 물리적 ‘거리의 파괴’로 이어졌고, 그에따라 ‘국경 없는 세계’가 출현하면서 국가의 경제적 이해관계나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 타당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바로 이와 같은 기술 혁명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나 기업, 그리고 개인도 그에 상응하는 속도로 변화하지 않으면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이제 개인이나 기업 혹은 국가는 과거보다 훨씬 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야 하고, 그리기 위해서는 강력한 시장 자유화가 필요하다.

* 이런 말은 하지 않는다

변화를 인식할 때 우리는 가장 최근의 것을 가장 혁신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어 최근의 전자 통신 기술상의 발전은 상대적인 관점에서 볼 때 19세기 후반의 전보만큼 혁명적이라고 할 수 없다. 인터넷 혁명의 경제적, 사회적 영향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세탁기를 비롯한 가전제품만큼 크지 않았다. 가전제품은 집안일에 들이는 노동 시간을 대폭 줄여 줌으로써 여성들의 노동 시장 진출을 촉진했고, 가사 노동자 같은 직업을 거의 사라지게 만들었다. 과거를 돌아볼 때 망원경을 거꾸로 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옛것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 새것을 과대평가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국가의 경제 정책이나 기업의 정책은 물론이고 우리 자신의 직업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국제노동기기구에서 추정한 가사 노동자 고용비율은 브라질이 7~8%, 이집트가 9% 정도이며, 미국은 0.6%이고 스웨덴은 0.005% 라고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 1870년대만 해도 이 비율은 8% 정도로 높았는데, 이는 경제가 발달할 수 록 물건보다 노동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며 가전제품의 발달이 큰 몱을 했다고 적고있습니다. 여기에서 가전제품은 세탁기, 전기다리미,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등입니다. 전기세탁기의 도입으로 빨래시간이 4시간 41분에서 41분으로 6분의 1로 줄어들었답니다. 또, 미국 농림부에 근무했던 루비노라는 사람은 1906년 ‘정치경제 저널’ 이라는 학술지에 앞으로 이 물건을 발명하는 사람이야말로 ‘인류의 진정한 은인’이 될 것이라고 한적이있는데, 이는 식기세척기 였다고 합니다.

인터넷의 경우 정보전달 속도로 이야기하자면 팩스에 비해서 100배 정도 빨라졌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전보는 당시 가장 빠른 운송수단이던 증기선에 비해 2500배 정도 빨리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잘못된 이해가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이런 왜곡된 시각이 단지 개개인의 견해에 그친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로 말미암아 귀중한 자원이 잘못 쓰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부 선진국들, 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 혁명에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 제조없은 필요 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 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탈산없화 사회’의 시대가 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제조업을 홀대하여 자국 경제를 약화시켯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선진국 사람들이 인터넷에 매료되면서 선지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정보 격차가 국제 문제화되고,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나 자선단체, 개인들이 개발도상국에 컴퓨터와 인터넷 설비를 갖추라고 많은 돈을 기부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정보 격차 해소가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일까? … 하지만 그보다는 우물을 파 주고, 전기를 넣어 주며, 세탁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비록 고리타분해 보일지는 모르나 실제로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생활을 개선하는 데에는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

IT분야(특히 IT 기획)에서 일하는 분이라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세탁기보다 얼마나 더 중요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추가: 이 책의 목차에 현재 한국 상황에서 눈길을 끄는 몇가지가 더 있습니다.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GM에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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