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전기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민음사, 2011

사실 스티브 잡스 전기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잡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알고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iPod의 성공은 어쩌면 iTunes를 통한 mp3 음원 판매에 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그 도도한 음반사들이 잡스에게 넘어갔는지 궁금했다. 나도 디지털 유료방송(PayTV) 기술개발 당시 국내 방송사들과 일한 경험이 있고,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생리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비록 DRM이 적용된 것이기는 했지만, napster에 데인 음반업체들이 뭘 믿고 잡스에게 음원을 넘겼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야기는 30장 아이튠스 스토어에 자세히 나온다.

당시 음반사들은 냅스터, 그록스터, 그누텔라, 카자 등 저작권 침해를 아랑곳하지 않는 음악 공유 사이트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음반 판매량은 떨어져가고, VCR이나 DVD 처럼 공통 복제방지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플레이어 제조사들을 압박할 수도 없었다. 갑갑한 건 음반사들이었다. 그래서 워너 뮤직이 공통 복제방지 기술을 도출하고자 소니를 끌어들였고, 제조사들도 끌어들이기 위해서 돌아다니던 중 애플들렸다. 잡스는 이야기가 시작된지 얼마지나지 않아 음반사들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있음을 알았고 이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 음반사측에서 즉각 시인하고 잡스에게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잡스는 이 요청에 좀 놀랐다는데, 나도 좀 놀랍다. 잡스가 음반사를 꼬득였다기보다는 제발로 찾아온 거니까.

음반사들이 그 때 합의 도출에 성공했다면 애플이 오늘날 이 만큼 성장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대부분의 음반사들로 부터 음원을 공급받는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가 아닌, 플레이어를 만드는 제조사들 중의 하나로 남을 수 밖에 없었을 테니까. 그런데 소니가 발을 뺐다.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와 하워드 스트링어는 잡스를 믿지 않았고, 소니의 독자 기술을 고집했다. 소니는 이방면에 일가견이 있다. VCR에서 그랬고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바이오 노트북도 독자적인 부품 때문에 드라이버 프로그램을 구할 수 없어 OS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한다. 물론 모델이 바뀐시점에서 예전에 판매한 모델에 소니가 새로운 OS에 맞는 드라이버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연합은 깨지고, 소니와 유니버셜은 ‘프레스플레이’라는 가입형 서비스를 내놓았고, 워너와  EMI는 ‘뮤직넷’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는데, 첫째 양 서비스는 서로에게 음원을 제공하지 않아 가입자들이 모든 음악을 들으려면 두 가지 서비스에 모두 가입해야했다. 또, 복제에 대한 우려로 가입형 서비스만 제공해서 음원을 소유할 수 없었다.

잡스는 이 틈을 이용했다. 우선 iTunes Store를 만들고 Mac을 통해서 음악을 구입하고 iPod에 싱크해서 듣는 과정을 몇개의 클릭만으로 해낼 수 있는 데모를 만든다음 음반사 설득에 들어갔다. 조건은 개별곡 판매, 곡당 99센트, 수익분배 7(음반사):3(애플). 음반사들은 잡스가 만든 모델을 좋아했다. 사실 음반사들이 만든 서비스들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엉망이었다. 음반사 관계자들도 자기네 서비스에서 음악을 다운받으면 PC의 어디에 저장되는지 몰라서 짜증이 나던 판이었다.

음반사들이 잡스의 서비스를 좋아했지만 몇가지 반발이 있었다. 첫째 음원을 다운로드하게하면 복제되어 퍼질 수 있다. 둘째 음악을 앨범 단위가 아닌 곡 단위로 쪼개팔면 음반사 수익에 악 영향이 있고 가수들도 좋아하지 않는다. 셋째 플레이어 판매에 대해서 음반사에 로열티를 제공하라. 첫번째는 iPod에서 음악을 밖으로 복사할 수 없도록 조치하고, Mac의 시장 점유율이 5% 밖에 안되므로 복제해도 큰 피해는 없다는 논리를 폈다. 두번째 곡 쪼개팔기는 이미 복제가 활개치는 영역에서 앨범이 쪼개졌으므로 유료 시장이 복제 시장과 싸우려면 어쩔수 없다고 주장했다. 세번째는 소니가 강력하게 주장한 것이었는데, 다른 음반사들이 애플로 넘어오자 소니도 더이상 버티지 못했다.

잡스는 음반사 뿐만 아니라 가수들도 설득해야했다. 일부 가수들은 계약서 상에 디지털 유통과 음반판매 방식에 대해서 별도의 항목을 남겼는데, 이런 경우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했다. 결국 20명에 달하는 거물급 가수(보노, 믹 재거, 셰릴 크로, 마돈나, 레드 제플린 등)들을 만나 허가를 받아냈다.

결국 잡스가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음반사들의 난처한 상황에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솔루션으로 무장하고 집요하게 설득한 것이 성공의 관건이었다. 물론 잡스의 인지도도 무시할 수는 없다. 잡스는 어린 나이에 창업에 성공해서 많은 사람들에 알려졌던 상태였으며, 인상깊은 광고를 제작함으로써 언론과 예술 계통 사람들과의 친분이 있었다.  애플에서 쫒겨난 이후 루카스로 부터 사들인 Pixar가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연이어 대박을 터트린 후 디즈니에 매각되었던 점을 생각하면, 잡스는 미디어 회사들의 적(복제를 일삼는)이라기 보다는 같은 편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한국의 음악 서비스는 미국과 같은 혼란을 걷다가 Melon과 Bugs를 통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mp3 플레이어라는 것을 만들었고, 한때 iRiver가 디지털계의 워크맨 이었음에도 애플처럼 시장을 평정할 제품과 서비스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쉽다.

미디어의 디지털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에서 보듯 음원 다음은 서적이다. 미국의 경우 아마존이 주도권을 갖고 책을 디지털화 했으며, iPad 이후 신문과 잡지도 디지털로 빠르게 디지털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한국에서도 잡스 같은 인물이 나타나 활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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