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 올리버 색스 지음, 김승욱 옮김, 알마, 2012

머제니치의 연구팀은 손을 촉각으로 자극할 때와 사용할 때의 효과는 물론 감각적인 구심로 차단과 손 절단이 감각피질에서 손에 해당하는 부위에 미치는 효과도 연구했다. 그 결과 그들은 손에 감각적인 정보의 입력이 차단되면 뇌의 해당 부위가 즉시 축소되거나 사라지며, 이와 함께 다른 정보들의 즉각적인 재배치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들의 실험은 몸의 어느 부위에 대해서도 영구적으로 ‘할당된’ 부위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손’ 영역으로 고정된 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손에 구심로 차단이 일어나거나 한동안 손을 사용하지 않으면, 감각피질에서 손의 위치가 사라진다. 과거에 손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는 몇 시간이나 며칠 만에 신체의 다른 부위들이 급속히 차지해버리기 때문에, 대뇌겉질에 ‘손이 없는’ 새로운 신체지도가 그려진다. 비활성화되거나 구심로 차단이 이루어진 신체 부위를 관장하던 부분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최소한의 흔적이나 잔해도 남지않는다.

머제니치는 대뇌겉질 지도에서 사라졌던 부위가 저절로 되살아나거나 회복되는 경우는 결코 없음을 밝혀냈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자극과 행동을 통해 새로운 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기계적이고 정적인 신경학에서 가정했던 것처럼 신체이미지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신체이미지는 역동적이고 유연하므로 항상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개조되어야 하며, 우연히 일어나는 여러 경험에 따라 급속히 스스로를 재구성할 수 있다. 신체이미지는 뇌에 선험적으로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 경험에 스스로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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